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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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요즘 애들은 왜 자기들끼리도 싸우죠? 모 기업을 자문할 때 경영진이 내게 건넨 질문이다. 질문보다는 한탄에 가까웠다. 그는 요즘 10대는 20대 이상, 20대는 30대 이상 세대와 척지고 싸우는 듯 보인다고 했다. 그럼, 예전에는 안 그랬나요? 이렇게 되물었다. 그는 예전에도 세대 간 갈등은 있었으나 대략 아이와 어른, 직원과 임원, 이 정도로 갈라졌다고 답했다. 갈등의 연령 간격이 너무 조밀해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금 10대는 2005년 이후 태어났다. 그들은 유년기를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했다. 이 아이들이 식당에서 칭얼대면 부모는 식탁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부모가 물려준 구형 스마트폰으로 인터넷만 연결하여 유튜브를 시청한 세대이다.

지금 20대는 대략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났다. 우리나라가 인터넷을 도입하던 시기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을 접했다. 그러나 그들은 유치원을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접하기는 어려웠다.

지금 30대는 1985년부터 태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 운영체제를 처음 공개한 시기이다. 1995년 발표된 통계를 보면, 당시 한국 가정의 컴퓨터 보급률은 30% 수준이었다. 현 30대는 태어났을 때 집에 컴퓨터가 없는 경우가 더 흔했다는 의미이다.

이쯤에서 초반에 언급한 경영자가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때 기업 구성원은 대략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그들에게는 연령대별 매체변화가 지금처럼 극심하지 않았다. 그들의 어린 시절에는 가정 전화, 텔레비전의 보급차이가 일부 있는 정도였다.

나는 내게 한탄을 했던 그 경영자의 의견처럼 요즘 10대, 20대, 30대 간 갈등이 극명하다고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매체를 통해 타인과 관계 맺는다. 정보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도 언어, 문자, 종이 등이 그런 역할을 했다. 단순히 보면, 글이 없이 말로만 대화하는 이들, 글로만 대화하는 이들, 이 두 집단의 소통은 뭔가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매체의 변화가 매우 더뎠다. 5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한 시대를 공유하는 집단 내에서 매체 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집단 내에서도 출생 시기에 따라 경험한 매체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익숙하고, 근본이라 생각하는 매체가 각기 다르다. 그 매체를 통해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 소통하는 양상, 거기서 교류하는 정보도 제각각이다.

여기서 제각각이란 서로 다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서로 다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려는 뜻은 아니다. 우리 눈에 그들이 서로 다르게 보여서 한 그릇에 담기지 않는 듯하니, 우리는 그 모습을 갈등이라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갈등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넓어진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또 다른 소통의 일면일 수 있다. 그들이 갈등한다고 여기면 그저 한탄스럽고 보기 싫을 뿐이다. 그들이 다양성 위에서 춤춘다고 바라보면 어떨까? 서로의 춤을 멋지게 섞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어떨까? 그들이 춤추다가 서로 너무 격하게 부딪히거나 한쪽이 무대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우리가 나서서 지켜줬으면 한다. 싸운다고 밉게 보며 내치기보다는 보듬고 함께 걸어갈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